• 최종편집 2024-04-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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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단체, 명분 확보 및 교단 결의 때문에 서로 ‘한기연’ 주장하는 듯
교단장회의 세력, 힘의 논리 바탕으로 분열 정당화하는 모습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교연)과 한국교회총연합회(이하 한교총)가 8월 16일 창립총회를 갖고 함께 한국기독교연합(이하 한기연)을 출범시켰으나 이후 사실상 결별한 가운데 양 단체는 계속해서 엇갈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양 단체가 함께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자신들이 ‘한기연’임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진행된 것을 보면 한교총 세력(=교단장회의)은 한교연 없이 독자적으로 한기연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교총 측은 정서영 대표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계속해서 회의를 가지며 12월 5일 열릴 제1회 정기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교총 측은 29일에도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상임회장단 회의를 갖고 한기연 운영과 관련한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29일 처리한 내용을 보면 기존에 한교연과 합의했던 것과 달리 대표회장은 1인 체제가 아닌 현직 교단장 3인으로 구성된 공동대표회장 체제를 갖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예장합동 전계헌 총회장, 예장통합 최기학 총회장, 감리교 전명구 감독회장이 공동대표회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교연은 29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실행위원회와 임시총회를 열고 정관을 개정하며 법인 명칭을 ‘한국기독교연합(약칭 한기연)’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한교연과 한교총이 함께 창립총회를 갖고 한기연을 출범시켰지만 이후 불협화음을 내며 사실상 결별했음에도 불구하고 양 단체 모두 자신들이 ‘한기연’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교연이 참여하지 않는 한기연은 한교총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한교연도 한교총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한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단체는 서로 한기연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6일 양 단체는 한국기독교계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단체를 만든다고 하며 한기연을 출범시켰다. 그렇기에 창립총회 이후 어느 한쪽에서 한기연이 아닌 다른 이름을 쓰면 그 세력은 ‘한기연 이탈 세력’이 된다. 명분과 정통성 확보 차원에서 ‘한기연’이라는 이름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주요 장로교단들이 지난 9월 총회에서 ‘한기연’에 참여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각 교단들은 한교총에 가입한다거나 한교연에 가입한다고 결의하지 않고 한기연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즉 교단 결의에 따르기 위해서는 ‘한기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에 가입해야 한다.

정리하면 양 단체는 한기연 창립총회 이전처럼 그대로 세력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12월 5일 창립하는 단체는 한교총일뿐이다. 하지만 연합단체를 또 다시 분열시켰다는 오명을 갖지 않기 위해, 그리고 명분과 정통성을 확보하는 한편 각 교단의 참여 결의를 만족시키기 위해 양 측 모두 ‘한기연’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교연이 29일 법인 명칭을 ‘한기연’으로 변경한 것은 ‘신의 한 수’ 혹은 ‘꼼수’라는 엇갈린 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교연이 29일 임시총회를 열고 법인 명칭을 한기연으로 변경하기로 결의한 후 곧바로 이를 공증해 명칭 변경을 신청했기에 12월 5일 ‘제1회 한기연 정기총회’를 갖기로 한 한교총 세력은 법적으로 한기연이라는 명칭을 쓸 수 없게 됐다. 한교연 측에서 봤을 때는 ‘신의 한 수’인 것이고 한교총 측에서 봤을 때는 ‘꼼수’인 것이다.

한교총 측 입장에서는 ‘브랜드 스쿼팅’을 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교총은 임의단체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한기연’ 명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없다.

이에 반해 한교연은 임의단체가 아닌 사단법인이고 8월 16일 가진 ‘한기연 창립총회’를 근거로 자신들의 법인 명칭을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한교총 측에서는 달리 이를 반박하기 어렵다.

이렇듯 지금의 상황은 한교연이 일단 지략적인 측면에서 앞선 모습이다. 그렇다고 한교연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속내가 뻔히 보이는 수이고 연합단체의 분열을 막을 수도 없는 방안이며 어떻게 해서든 일단 자신들 단체의 이익을 위해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교총 세력(=교단장회의)도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 한국기독교계가 분열돼 수년 전부터 모두 한 목소리로 하나 돼야 한다고 외쳐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도와주겠다고 하며 슬쩍 끼어든 후 통합도 이뤄내지 못한 채 아무런 명분도 없이 새로운 연합단체를 만들며 한국교회를 분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개혁500주년에 한국기독교계 연합사역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분열행위를 한 것은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 후안무치한 행동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교단들이 참여한다는 것을 내세우며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합단체를 만들려는 한교총 세력(=교단장회의)의 모습은 지난 날 한교연 창립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도 좋은 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과는 한국기독교계의 분열이었다.
<송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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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연 ‘한기연’으로 명칭 변경, ‘신의 한 수’일까 ‘꼼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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