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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도지사 “기독교계와 합의” VS 목회자들 “그런 적 없다”
2020/03/13 00:1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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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교회들 대리할 권한 없는 목사들과 논의 후 합의 발표한 것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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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미터 거리두기 등의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종교시설 집회 제한 명령을 발동하는 것으로 기독교계와 합의했다”고 했지만 당시 도지사와 문제를 논의한 목회자들이 도지사의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합의 대상인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김수읍 목사)가 경기도 내 교회들에 대해 수직적 영향력과 강제력을 가진 교단(ex 예장합동) 같은 ‘상위 기관’이 아닌 ‘지역 연합단체’기에 경기도 교회들을 대리해 합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고, 권한을 위임받은 적도 없어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인사조차 합의 권한이 없음을 인정한 상태다. 이재명 도지사가 애초부터 권한 없는 이들과 논의 후 합의를 발표한 것이다.

이재명 도지사가 발표한 내용의 문제점을 분석해 봤다.

소강석 목사 “이재명 지사가 법적 구속력 없다고 해서 받아들인 것”
경기도가 지난 11일 <이재명, “2미터 거리두기 등 하지 않으면 종교시설 집회제한 명령 발동” 기독교계와 합의>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는 도청 상황실에서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회장단 및 도내 대형교회 목사 등 10여 명과 경기도 기독교 교회 지도자 긴급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종교집회 제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경기도와 기독교계는 ▲행사 참가자에 대한 발열체크 ▲손소독제 사용 ▲마스크 착용 ▲집회 시 2미터 이상 거리 유지 ▲집회 전후 사용시설에 대한 소독 조치 등을 이행할 경우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면서 “집회 시 2미터 거리두기는 많은 교인이 몰리는 대형교회의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온라인 예배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존의 온라인 예배 권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온라인 예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소규모 교회 등에 대해 철저한 방역조치가 이뤄지고 미이행 시 집회제한 명령까지 할 수 있도록 기독교계와 원만히 합의된 셈이다. 도는 온라인 예배 권고를 기본으로 하되, 온라인 예배 개최가 불가능한 교회의 경우 이번 주말 자발적 조치를 이행하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만일 자발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시설에 대해 다음주부터 집회를 제한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이재명 지사와 간담회를 가진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예장합동 부총회장)는 “그건 잘못된 보도”라고 선을 그었다.

소 목사는 “이재명 도지사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우리가 받아들여준 것”이라며 “그리고 간담회 때 예배 시 거리 두기 이야기는 나왔지만 2미터라고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소 목사는 “이재명 도지사가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을 검토한다고 해 우리는 이를 풀려고 한 것”이라며 “경기도 대변인실에서 낸 보도자료 내용처럼 합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명진 목사 “5개항 안 지키면 행정명령 하는데 합의한 적 없어”
간담회에 참석한 또 다른 인사인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미래목회포럼 대표회장)도 “경기도의 보도자료에 나온 5개 항목(△발열체크 △손 소독제 사용 △마스크착용 △집회 시 거리 유지 △집회 전후 사용시설에 대한 소독)을 교회가 잘 지켜 예배를 드리기로 합의한 것이지 이걸 어겼을 때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에 합의한 적이 없다. 이재명 도지사 쪽에서는 안 지키면 행정명령 하라는 소리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그쪽의 해석”이라며 “우리는 5개항을 잘 지켜서 예배를 드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배 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자는 말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2미터 거리 두기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고 목사는 “오히려 나는 이재명 지사와의 간담회 때 마트와 극장 등 대중들이 모이는 다른 장소에 대해서는 제한하겠다는 소리를 하지 않으면서 유독 교회에 대해서만 제한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김학중 목사 “원론적인 이야기 나눈 것. 합의 표현 안 해”
김학중 목사(안산 꿈의교회)도 경기도의 발표와 다른 입장을 취했다. 김 목사는 “이재명 도지사에게 독재 정권에서도 나오지 않은 예배 금지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당혹스럽고 불쾌하다고 말했고 이에 도지사도 충분히 공감한다고 했다”면서 “간담회에서는 경기도의 보도자료에 나온 5개 항목에 대해 다른 단체와 종교단체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수준의 원론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우리는 합의라는 표현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경기도 측 “내용 양측 모두 동의, 표현에는 이견 있었다”
이렇듯 이재명 도지사와 간담회를 한 목회자들이 다른 주장을 하며 반발하고 있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는 어떤 입장인지 문의했다.

이에 대해 이성호 종무과장은 경기도의 발표 내용에 양측이 다 동의하고 양해한 것이라고 했지만 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희 쪽에서는 실질적인 합의가 된 것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며 “실질적인 내용으로는 다 그렇게 하자고 해놓으시고서는 (합의라는) 표현이 부담이 되니까 그게 원래 없었던 것처럼 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예배 시 ‘2미터 이상 거리 유지’ 조항이 논의된 적이 없다는 목회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거리두기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이 된 거 같은데 나도 정확히는 기억을 못하겠다”고 했다.

정성진 목사 “경기도 발표 내용, 없는 이야기 한 거 아냐”
경기도 측과 다른 목회자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또 다른 간담회 참석자인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목사, 크로스로드 대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정 목사는 “발열체크, 손소독제, 온라인 예배 등에 대해 경기도가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주겠다는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다. 근데 용어 선택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 논의 결과 5개항목을 안 지키는 교회에 대해서는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면서 “경기도가 발표한 내용이 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뉘앙스의 문제다. 제한하는 것에 방점을 두면 문제지만 그러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서 눈에 띄는 점은 목회자들이 예배 시 ‘2미터 이상 거리 두기’ 부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예배 때 2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앉기로 합의한 것이 맞다면 대형교회의 경우 많은 수의 성도들이 예배에 참여할 수 없어 사실상 오프라인 예배를 드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재명 도지사와 간담회를 가진 목회자들이 다른 목회자들로부터 ‘예배 시 2미터 거리두기’ 조항에 합의한 것이 맞냐는 항의성 질문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합의 권한 있는 교단 아닌 경기총과 협의한 경기도
합의 여부와 세부 사항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기사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경기총)가 경기도 내 교회들에게 수직적 영향력과 강제력을 가진 교단(ex 예장합동)과 같은 ‘상위 기관’이 아닌 ‘지역 연합단체’라는 점이다.

교단은 소속된 교회의 최상위 기관으로서 대내외적인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에 교단의 결정에 산하 교회는 따라야 한다. 이와 달리 경기총은 지역의 연합단체로서 수평적인 관계고 각 교회에 대해 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경기총은 경기도 교회들을 대리해 합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경기총 내부 인사조차 합의 권한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경기도가 기독교계와 합의를 했다고 발표하기 위해서는 소속 교회들의 대외적인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최상위 기관인 교단과 합의를 했어야 한다. 즉 애초부터 권한 없는 이들과 논의하고 합의를 발표한 것이다.

“사람들이 훨씬 밀착돼 운영되는 곳 놔두고 왜 교회만 문제 삼나?”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독교계에서는 이재명 도지사를 비롯해 도지사와 간담회를 가진 목회자들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명 도지사를 비판하는 이들은 도지사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교회보다 훨씬 더 사람들이 밀착돼 운영되는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 대해서는 이재명 지사가 영업 금지를 전면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서 종교 집회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면서 “또한 이재명 지사의 논리대로라면 지하철과 버스 같은 사람들이 밀집한 곳에서도 2미터 이상 떨어져 앉게 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운행을 중단시켜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다”고 지적한다.

“권한 없는 이들이 왜 도지사 만나 논란 일으키나?” 
이재명 도지사와 간담회를 가진 목회자들에게 대해서는 권한 없는 이들이 왜 도지사와 만나 그런 대화를 해 논란거리를 만드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 목회자는 “이재명 도지사와 논의한 목회자들은 경기도의 교회들을 대리해 합의할 권한도 없는데 왜 그런 일을 해 구설에 오르고 논란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면서 “합동 교단 총회장 김종준 목사는 이재명 도지사의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 명령 검토’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며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는데 부총회장인 소강석 목사는 왜 시키지도 않은 저런 일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번 일로 인해 경기도가 교회에 대해 행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발판만 만들어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목회자는 “이재명 지사가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을 검토한다고 알려지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신앙의 자유는 대통령도 못 건드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어떻게 목사라는 사람들이 신앙의 자유를 그보다 더 크게 외치지 않고 도지사의 장단에 맞춰 예배를 제약하는 일에 뜻을 모을 수 있나?”라고 비판하며 “목사들이 정치인들을 따라다니지 말고 본연의 사역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들도 있다. 한 목회자는 “이재명 도지사가 강경한 정책을 내세워 기독교계와 대립하는 모습이 좋지 않았는데 대화로 문제가 해결됐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갈등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됐으니 이재명 도지사와 그 일을 한 목회자들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송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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