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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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교회들 대신 합의할 권한 없는 경기총이 벌인 사태”
“이재명 지사 인기 얻으려 쇼하나? 할 거면 제대로 시행하라”

경기도가 3월 15일(일요일) 공무원을 교회에 파견해 예배 때 5개 항목(△행사 참가자에 대한 발열체크 △손소독제 사용 △마스크 착용 △집회 시 2미터 이상 거리 유지 △집회 전후 사용시설에 대한 소독 조치)을 지키는지 감시한다.

경기도에 위치한 교회들은 5개 항목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곧바로 다음 주부터 공권력에 의해 예배를 제한 당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 1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발표한 내용에 기반한 것이다. <관련기사 링크 : 이재명 도지사 “기독교계와 합의” VS 목회자들 “그런 적 없다”>

경기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도지사는 지난 11일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김수읍 목사, 경기총) 인사들 및 도내 대형교회 목회자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예장합동 부총회장),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미래목회포럼 대표, 경기총 수석상임회장), 김학중 목사(안산 꿈의교회),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목사, 크로스로드 대표), 임용택 목사(안양감리교회)와 논의 결과 교회가 예배 때 5개 항목을 지키지 않을 시 집회를 제한하는 것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는 이성호 경기도 문화종무과장이 교회에 파견될 공무원들에게 보낸 내용을 지난 14일 경기도 목회자들에게 문자로 발송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Web발신]
(지역교회 목사님들께서는 아래 내용을 참고해주시고 의연히 대처해 주십시요. 경기도에서 31시군 지자체 관계 공무원들에게 협조를 구한 내용입니다)

연일 노고가 많은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이렇게 불편을 드리게 된 점 너무 죄송합니다. 여러 교회와 시군에서 우려와 어려움을 호소해 오셔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1. 교회를 방문하시거나 전화하실 때 신분을 밝혀주시고 예의를 갖춰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종교를 사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종교집회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혹시라도 있을 감염 위험요소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건강한 경기도를 위해 협력하기 위한 것입니다.

2. 교회 관계자가 출입을 허용하지 않을실 경우 들어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충분히 교회의 협조 하에 이루어져야 하는 사항으로 무리하게 들어가실 필요 없습니다.

3. 특히, 사진 촬영은 하지 말아 주세요. 교회에서 매우 불편하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4. 교회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다섯가지 예방수칙 중 예배시 일정거리를 유지하는지 확인이 어려우실 겁니다. 그럴 경우 교회에 안전거리를 유지해 달라고 부탁해 주세요. 예배 드리러 오신 분들이 많지 않으니 교회에서도 적극 자체 예방에 모범적으로 노력해 주실 것입니다. 2M 이상 거리두어 앉기는 통상적 사회적 안전거리를 언급한 것이며, 교회에서 성도님들의 안전을 위해 평소보다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으신 거 잘 알고있습니다. 저도 너무 죄송합니다. 최대한 지역교회의 자율적 영역을 존중해 주시고 종교의 자유를 그 신성함을 보장하며 교회예배가 보다 더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중히 도와드려 주세요. 많은 어려움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경기도 문화종무과장 이성호 올림

이번 사태에 대한 경기도 목회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종교 사찰 및 선례 될까 우려”
한 목회자는 이번 조치가 종교 사찰 및 선례가 될까 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종교의 자유는 이재명 도지사가 자신의 주장에 대해 근거로 들고 있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보다 상위법인 ‘대한민국 헌법 제2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다. 즉 도지사의 발언은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국가에서는 종교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임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물론 신천지처럼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성도들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국가에 협조하지 않으면 그건 엄청난 문제다. 하지만 정상적인 교회들은 신천지처럼 숨기지 않는다”면서 “경기도의 이번 조치는 신천지와는 확연히 다른 선량한 교회들을 사찰하려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고 이것이 선례가 될 수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교회가 5개 항목을 잘 지키는지는 굳이 공무원을 교회에 보내 사찰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CCTV 영상 공유 요청을 하면 될 것인데 왜 이렇게 자극적인 방법을 택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총이 교단 권위에 도전한 심각한 문제, 책임 물어야”
또 다른 목회자는 “우리 교회는 경기도가 강제적으로 조치를 취한다고 하지 않아도 이미 발열체크, 손 소독제 사용, 마스크 착용, 집회 시 거리 유지, 예배당 소독 등을 잘 하며 성도들의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안타까운 건 내가 속한 합동 총회는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 김종준 목사가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이재명 도지사를 강력 비판하고 있는 중인데 부총회장 소강석 목사는 이재명 도지사와 그런 합의를 해 박자가 맞지 않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 교회에 대해서는 교회와 노회 및 교단만이 합의 권한이 있은데 합의 권한을 행사할 자격이 없는 친목단체 수준인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가 교회를 대표해 도지사와 합의를 했다고 하면 이는 우리 교회와 노회 및 총회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한 심각한 문제다. 교단이 이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위기상황이니 일단 협조해야, 책임은 나중에 묻자”
다른 반응도 나온다. 한 목회자는 “지금 국가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니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다고 본다.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가 경기도 내 교회들을 대신해 합의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재명 도지사와 이에 대해 논의한 것은 경기도 교회들의 대표권을 참칭한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경기도와의 문제를 풀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실수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면서 “일단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끝날 때까지는 대립하는 모습보다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서로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잘못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사태가 끝난 후 잘잘못을 따져도 늦지 않다”고 했다.

“이재명 지사, 국민과 기독교계 모두 지지 얻으려 두 마음 품었나?”
다른 목회자는 “경기도가 도 내 교회들과 정상적으로 합의한 것이 맞으면 공무원들이 할 일을 당당하게 하면 된다. 문자 내용처럼 교회에 들어가지도 않고 사진 촬영도 안 하면 5개 항목을 지키는지 어떻게 증명하나? 이는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이러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합의 발표가 정치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 쇼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재명 도지사가 국민들에게는 자신이 종교계에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어필하고 뒤로는 기독교계와 타협해 제대로 점검하지 않으며 교인들의 지지도 얻으려고 하는 두 마음을 품은 게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하려면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송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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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15일 교회에 공무원 파견해 5개항 지키는지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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