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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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설문조사를 통해 매년 한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전국 대학교수 886명 중 과반이 넘은 524명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혼용무도’가 많은 교수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대한민국의 2015년이 어떠했는지 가늠케 한다. 연초 메르스 사태로 정부의 문제 대처능력이 도마에 올랐고, 후반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로 국론이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지도부의 정치력과 리더십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교수들이 투표한 다른 사자성어 후보들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혼용무도 외에 많은 표를 받은 사자성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시이비 似是而非(14.3%) :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름 △갈택이어 竭澤而漁(13.6%) : 연못의 물을 말려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일시적인 욕심 때문에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음 △위여누란 危如累卵(6.5%) : 알을 쌓아 놓은 것같이 위태롭다는 뜻으로 몹시 위태로움을 이르는 말 △각구주검 刻舟求劍(6.4%) :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뜻으로,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뜻.
 
이렇듯 한 결 같이 부정적인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은 교수 사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적절히 맞아 떨어지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한 번 2001년부터 꼽힌 역대 사자성어를 살펴보자.
△2001년 오리무중 : 깊은 안개 속에 들어서게 되면 길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무슨 일에 대해 알 길이 없음을 일컫는 말 △2002년 이합집산 : 헤어졌다가 모였다가 하는 일 △2003년 우와좌왕 :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이 종잡지 못함 △2004년 당동벌이 : 한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무리의 사람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 △2005년 상하화택 : 위에는 불, 아래에는 못. 불이 위에 놓이고 못이 아래에 놓인 모습으로 사물들이 서로 이반하고 분열하는 현상을 상징 △2006년 밀운불우 : 하늘에 구름만 빽빽하고 비가 되어 내리지 못하는 상태 △2007년 자기기인 : 자신을 속이 남을 속인다.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을 풍자함 △2008년 호질기의 : 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음. 문제가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 △2009년 방기곡경 : 샛길과 굽은 길. 일을 바르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함을 비유하는 말 △2010년 장두노미 : 머리는 겨우 숨겼지만 꼬리가 드러나 보이는 모습. 진실을 공개하지 않고 숨기려 했지만 거짓의 실마리가 이미 드러나 보인다는 뜻 △2011년 엄이도종 :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 나쁜 일을 하고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음을 의미한다 △2012년 거세개탁 : 온 세상이 혼탁한 가운데서는 홀로 맑게 깨어있기가 쉽지 않고 깨어있다고 해도 세상과 화합하기 힘들다는 뜻 △2013년 도행역시 :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 △2014년 지록위마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으로 고의적으로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모두 살펴보면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이는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사회의 부정적인 면들만 부각시킨다는 지적이다.
 
또한 선정된 사자성어를 가지고 정치권에서 서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국론 분열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로 남 탓만 하며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한 소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의 사자성어와 이에 대한 해석을 하며 부정적인 말들만이 오가는 현재의 세상 모습이 기독교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계 각 신문사들이 연말 특집호로 제작한 신문을 보면 한 해를 정리하는 10대 뉴스를 뽑았는데 그중 대부분이 좋지 않은 뉴스였다. 많은 신문사가 비슷한 모습이었다.
 
물론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고, 기독교계의 현 주소를 반영한 모습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긍정적인 일들이 10대 뉴스에서 크게 외면당한 것 또한 사실이다.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기자들의 의견이 반영됐기에 나타난 현상일 수 있지만 기독교계 언론이 세상과 비슷한 시선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 또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랑과 용서, 희망과 구원을 이야기 하는 기독교의 본질적 가치와 거리감이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목회자들은 일부 기독교언론이 오히려 한국기독교계의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과장되고 매도된 부분이 크지만 기독교계 언론들이 한 번은 생각해볼 만한 지적이다. 썩은 것을 도려내 새살이 돋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 특정 목적을 위한 기사는 기독교계를 이전투구의 장으로 이끌 뿐이다.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인 사자성어 ‘혼용무도’는 세상은 물론 어쩌면 한국기독교계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일 수도 있지만, 희망을 갖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무엇보다 사랑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기독교언론인들이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뒤돌아볼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송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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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언론, 세상과 같은 판단 기준 아닌 희망의 시선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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