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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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배 목사 소송 취하, 이주훈·음재용·진동은 목사와 합의
백석 ‘성장’ 이끈 장종현 리더십, 교단 ‘영속’ 위한 고민 필요

작년 예장백석 교단의 제1부총회장이었던 박경배 목사(송촌장로교회)가 교단을 상대로 제기한 ‘제명판결 효력정지 가처분’과 ‘권징재판무효’ 본안 소송을 지난 12일 모두 취하했다.

또한 박 목사는 직전 총회장 이주훈 목사를 비롯해 자신이 규탄해온 진동은 목사 및 음재용 목사와 “쌍방에 입은 피해에 대하여 서로 합의하여 이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며, 여하한 사유가 있어도 민형사상의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서명했다.

이로써 해를 넘기며 이어온 백석(총회장 장종현 목사) 교단의 분쟁이 마무리됐다.

총회장 향해 빼든 칼이 교단 쪼개버린 결과 가져와
이번 사건은 박경배 목사가 당시 총회장 이주훈 목사에게 반기를 들며 시작된 것이다. 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고 상황이 악화돼 총회장을 향해 빼든 칼은 총회장이 아닌, 교단을 둘로 쪼개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박경배 목사의 고소 취하와 합의로 사태는 종결됐으나 백석 교단은 큰 변화를 맞이한 상태다. 백석의 성골 출신 유만석 목사(수원명성교회)는 이번 사태 속에서 박경배 목사의 배후로 지목돼 유탄을 맞았고 결국 대신 측 세력과 함께 교단을 이탈해 새로운 ‘백석대신’ 교단을 세웠다.

교단이 분열된 것은 안타깝지만 백석 측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백석은 대신과 통합했지만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 채 불안한 동거를 해왔고 그래서 정기총회 때 대신 측 인사들이 백석 측 목회자들과 대립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제 대신 측 인사들 대부분이 나가버렸기에 백석 교단은 정기총회 때 그들과 마찰을 빚을 일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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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헌법과 정치 구조의 부재, 문제 해결 한계 드러내
분쟁을 취재하며 놀랐던 점은 우리나라 기독교단 중 규모 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교단인 백석 측의 헌법이 상당히 허술하다는 것이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할 교단 내 ‘정치 구조’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를 보면 한쪽에서는 농단세력이라고 표현하고 다른 쪽에서는 교단 수호세력이라고 불린 극소수의 인사가 상황을 좌지우지하며 강력한 역할을 했다.

국내 1, 2위 교단인 합동과 통합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헌법을 수정, 보완해왔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각 정치 계파가 대화하며 타협과 조율을 통해 헌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책을 도출하는데 비해 백석 교단은 그러지 못했다.

이는 현재 지도 체제의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백석의 목회자들은 상당수가 교단 설립자인 장종현 목사의 제자들이기에 장 목사의 말에 순종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교단 내 문제가 생겨 정기총회 현장에서 맹렬히 싸우다가도 장종현 목사가 중재안을 내면 다들 순종하며 은혜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설사 장 목사의 중재안이 헌법을 넘어서는 것이어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해결 방식은 예장대신 같은 중형 교단 출신 세력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 드러났다. 지난 정기총회에서 장 목사가 중심이 돼 발표한 15개 조항에 대해 장 목사의 제자들인 백석 측 목회자들은 수긍하고 대부분 교단을 떠나지 않았지만 대신 측 목회자들은 크게 반발하며 이탈의 명분으로 삼은 것이 이를 뚜렷이 보여준다.

기존 방식, 장종현 목사 제자 아닌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아
교단 통합 통해 대형교단 된 백석, 그에 맞는 체제 필요성 대두
그동안 백석 교단은 지속적으로 다른 교단들과 통합하며 교세를 불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계속 교단 통합을 할 경우 장 목사의 제자가 아닌 목회자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들은 대신 교단 목회자들처럼 총회 문제 해결에 있어 장 목사의 의견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총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터졌을 때 이번처럼 백석은 또 다시 문제해결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교단 분열의 아픔을 겪을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과 다른 문제 해결 방법을 갖춰야 한다. 답은 다른 대형 교단들을 보면 나온다. 헌법 중심의 문제 해결 ‘정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세계 역사를 살펴봐도 한 사람 중심 체제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 수 있다. 동방을 제패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사람들이 풀지 못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 칼에 끊어버린, 문제를 해결하는 결단력과 그에 상응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그러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들을 통합시키며 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 사후 제국은 분열됐다. 강력한 리더십은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통치 체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체의 ‘성장’에는 리더의 영향력이 중요하지만 단체의 ‘영속’에 있어서는 합리적이고 안정된 운영 체제가 큰 역할을 한다. 백석 교단이 지금의 지도 체제로 성공적인 성장을 이뤘다면 이제 탄탄한 운영 체제를 구축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백석 교단이 ‘감독 체제를 가진 장로교’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무늬만 장로교’인 곳이 아니라 ‘장로교 정치원리’가 살아있는 내실 있는 대형교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송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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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교단 분쟁 종결, 앞으로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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