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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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또 다른 연합단체를 만들며 메이저 기독교 연합단체 분열의 시초이자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이하 한교연)이 11월 1일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며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 입장문을 발표했다.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한교연이 연합단체 본연의 역할이 아닌 기독교의 이름을 팔아 정치적으로 줄서기를 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터져 나왔고 다른 한편에서는 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기자는 기독교 연합단체가 회원들에게 뜻을 묻고 총의를 모은 것이라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현 정부가 잘못된 정책들로 경제를 파탄 냈고 또한 입으로만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모습을 보이며 반성하지 않고 있기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기독교 연합단체가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한교연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다. 불과 2년 전 한교연은 문재인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낯뜨거운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현 정권에 잘 보이려 노력해온 곳인데 이제 와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현 정권을 비판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후안무치’하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불참 사태를 떠올려보자. 문 대통령은 2019년 6월 17일 하루 연차를 쓰며 이날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불참했다. 이에 대해 언론 중 유일하게 <크로스뉴스>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5월 24일 경주에서 열린 모내기 행사에 참석하고 반차를 사용했으면서 국가조찬기도회에는 연차를 쓰며 불참한 ‘기독교 패싱’ 행태에 대해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 <관련기사 링크 : http://crossnews.kr/n_news/news/view.html?no=1524>

 

그러자 한교연(당시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은 곧바로 다음날 성명서를 발표하며 “금번 국가조찬기도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교계 일각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반응들이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여 ‘기독교 패싱’이니 ‘물 먹이기’ 등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하며 “대통령이 금번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더 이상 연연하거나 문제 삼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전통을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불참한 문재인 대통령을 앞장서 옹호하는 낯뜨거운 성명서였기에 한교연이 관변단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특히 해당 성명서에서 한교연이 “대통령과 정부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바른 정책과 역사관, 바른 외교와 인사를 통해 온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존경받는 대통령,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기도할 것”이라고 하며 북한의 인권 탄압에 눈감아 온 현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모습은 기독교인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교연의 이중적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당 성명서에서 한교연은 “성직자 뿐 아니라 누구나 진보 또는 보수를 지향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 차원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적 목적으로 편향된 행동을 하는 것을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적었으면서 이번에 공개적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 입장을 발표했다. 2년 전 자신들이 한 말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한교연이 처음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권의 잘못된 점을 추상같은 목소리로 꾸짖어온 곳이면 이번에 문 대통령을 비판하며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것에 대해 정치적 목적으로 줄서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옹호하고 지지율이 낮아지니 반대편에 붙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은 의도와 목적이 순수하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정의’는 지지율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 가치가 아닌데 한교연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한교연이 이제라도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송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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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주의적으로 정치판 기웃거리는 ‘한교연’ 부끄럽지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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