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 전체메뉴보기
 

s한교총 기자회견1.jpg

 

3인 공동 대표회장 체제로 바꾸는 정관 개정 계획도 밝혀
차기 단독 대표회장 노리는 백석 교단 강력 반발 예상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교총) 내 보수 교단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영훈 대표회장이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까지 포함한 기독교 연합기관 통합 구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언은 2월 7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교총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기자가 “한교총이 2년동안 연합기관 통합에 참여해왔고 한기총이 이제 새로운 대표회장을 뽑는 상황인데 통합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입장을 알려달라”고 하자, 이영훈 대표회장은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 돼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포괄적으로 생각을 좀 더 확대해 캐나다나 호주처럼 전체 기독교계가 하나로 모이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NCC(=NCCK를 지칭)까지도 결국 다 한국교회 울타리 안에서 하나가 돼야 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예장합동을 비롯해 한교총의 다수 교단들은 WCC를 찬성하는 NCCK를 상당히 안 좋게 보고 있다. 신학적으로 보수 교회와 하나될 수 없는 심각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한국기독교계의 다수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과 달리 NCCK는 적극 찬성하고 있는 중이다.

 

NCCK 인권센터는 동성애자인 임태훈 씨에게 인권상을 수여했고, 또한 ‘2021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을 발표하며 ‘차별금지/평등법 제정 적극 지지’를 천명하면서 “한국교회의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근본주의 보수 개신교 측은 오랜 시간 한국사회 혐오와 차별을 부추겨 왔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런데 이영훈 대표회장이 이런 NCCK까지 포함하는 연합을 이야기하니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예장합동 총회장 권순웅 목사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물으니 그는 이영훈 대표회장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권순웅 총회장은 “NCC와 연합해서 일을 할 수는 없다. 왜냐면 우리의 신학적 입장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교총이 발족 될 때 NCCK와 연합해서 하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NCCK와 함께 한다고 하면 그 단체에 합동 측은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합동 측의 주요 인사들도 같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예장합동 교단에서 영향력이 강한 한 인사는 “WCC에 유화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오정호 부총회장과 달리 권순웅 총회장은 개혁신학이 확실한 사람이다. 권 총회장 때 한교총이 NCCK와 연합하는 일을 시도한다면 우리 교단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형 교단인 예장백석 교단 인사도 규탄의 소리를 높였다. 백석 총회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그는 “작년 12월 8일 열린 한교총 정기총회에서 예장통합 증경총회장 최기학 목사가 설교하며 WCC를 일치와 연합의 대표적 사례로 꼽아 상당히 충격이었는데 이제 한교총 대표회장까지 나서 NCC와의 연합을 말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이면 한교총 참여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한교총에서 가장 큰 교단 그룹인 ‘가’군에서 예장통합을 제외한 모든 교단의 주요 인사들이 반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s한교총 기자회견2.jpg

 

기자회견에서 또 다른 논란거리도 있었다. 이영훈 대표회장이 임시총회를 열어 단독 대표회장 체제를 3인 대표회장 체제로 되돌리는 정관을 통과시킬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대표회장은 “지난 회기 때 3인 대표회장 체제로 되돌리는 정관 개정이 됐고 정기총회 때 추인만 받으면 되는데 총회가 파행적으로 진행돼 안 됐다. 임시총회를 열어 통과시키면 원래 법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3인 대표회장 체제가 한교총의 설립 정신에 맞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3인 공동 대표회장 체제가 설립 정신에 맞는 것이라면 직전 단독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와 현재 단독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설립 정신에 맞지 않는 대표회장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번 정기총회에서 백석 교단과 기하성 여의도 교단이 단독 대표회장 자리를 놓고 다툼 양상을 보였는데 3인 공동 대표회장 체제로 되돌리려 하면 차기 단독 대표회장을 노리는 백석 총회가 강하게 반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한교총을 분쟁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정관 개정의 당위성도 없다. 현 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났거나, 실정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바꿔야 한다면 개정의 당위성이 있지만 2년에 걸쳐 부작용 없이 단독 대표회장 체제를 잘 운영하고 있는데 굳이 개정하려 한다면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정관 개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자 이영훈 대표회장은 “3인 대표회장 체제로 가도 이사장은 1인이 하기에 기존과 차이가 없는 같은 개념”이라고 했다.

 

같은 개념이라면 굳이 정관을 개정할 필요가 없고 회원 교단의 싸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맞기에 이에 대해 지적하자 이영훈 대표회장은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현 상황을 본 한교총 회원 교단 인사는 한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교총이 더 이상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괜히 필요 없는 정관 개정으로 분란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한교총이 대다수 보수 교회로부터 외면받는 NCCK 및 WCC와 같은 노선을 가려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렇다고 우리 교단이 김노아, 인터콥, 변승우 같은 이단성이 있는 사람과 단체가 들어 있는 한기총으로 갈 수도 없고, 세상 정치인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하며 줄을 대려 하는 한교연으로 갈 수도 없다. 대안이 없기에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영훈 대표회장의 진의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교총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다른 인사는 “이 대표회장이 언급한 연합기관 통합 계획은 NCC와 신학적 일치를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사회적으로 기독교계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정관 개정은 회원 교단 간 분쟁이 일어날 것 같으면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이는 그동안 이영훈 목사가 연합기관에서 보여온 모습을 보면 예상할 수 있다. 그는 싸우려 하지 않고 항상 교단 간 화합을 위해 노력해온 인사”라고 했다.

<송상원 기자>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한교총 이영훈 대표회장 “NCC도 함께 하는 연합기관 통합 생각 중”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