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목사 초대 대표회장 추대설’과 연관되며 논란 증폭
정관 변조에 대한 조사처리위원회 만들어야한다는 의견 대두
주요교단이 9월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연합(이하 한기연) 참여를 결의해 한국기독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크로스뉴스> 취재결과 지난 8월 16일 한기연 창립총회에서 상정돼 통과된 정관(임원인선규정)이 변조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정관 변조가 특정인을 대표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행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대두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중이다.
정관 원안 “대표회장 후보, 현직 교단장 혹은 교단장 역임한지 3년 이내”
창립총회서 상정되고 통과된 정관에는 ‘3년 이내’ 조항 삭제돼
변조된 것은 ‘대표회장 후보의 자격’을 기술한 ‘임원인선규정 제3조 2항’이다. 8월 16일 창립총회 전 한교연 통합추진위원회(고시영 목사, 황인찬 목사, 석광근 목사)와 한교총 통합추진위원회(김선규 목사, 이성희 목사, 전명구 목사)는 8월 12일 팔래스호텔에서 최종 회의를 갖고 대표회장 후보 자격에 대해 “회원교단의 현직 교단장으로 하되, 해 교단의 교단장을 역임한지 3년 이내인 자도 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8월 16일 한기연 창립총회에서 배포되고 통과된 정관(임원인선규정)에는 대표회장 후보 자격에 대해 “회원교단의 현직 교단장으로 하되, 해 교단의 교단장을 역임한 자로도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3년 이내’라는 문구가 삭제된 것이다.
정관 합의 작업을 했던 양측 통합추진위원회 인사들에게 왜 ‘3년 이내’ 규정이 삭제된 것인지 묻자 다들 정관이 변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한교연 측 통합추진위원 3인 모두 원래 합의한 대로 ‘3년 이내’ 조항이 들어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고 한교총 측 통합추진위원인 김선규 목사와 이성희 목사도 ‘3년 이내’ 조항이 들어있는 원안대로 창립총회에서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전명구 목사는 해외에 나가 있어 답변을 듣지 못했으나 양측 통합추진위원회 6인 중 5인이 동일하게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관이 양측 통합추진위원회의 결의 없이 변조됐고 변조된 정관이 창립총회에서 통과된 것이 확실하다.
<크로스뉴스>가 정관 변조 문제를 밝히게 된 것은 ‘김삼환 목사 초대 한기연 대표회장 추대설’을 취재하며 시작됐다. 한기연 창립을 앞두고 명성교회 원로 김삼환 목사를 한기연 대표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는 말이 돌았고 특히 이 소문이 한기연 창립 실무를 맡고 있는 주요 7개 교단 총무들의 모임에 참석한 인사의 입에서도 나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를 취재하다 발견하게 됐다.
예장통합 교단의 경우 연합기관의 대표회장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교단 내 연합사업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기에 예장통합 교단 연합사업위원회 위원장 이성희 목사(한교총 측 통합추진위원)에게 ‘김삼환 목사 초대 대표회장 추대설’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러자 이성희 목사는 “0.1% 가능성도 없는 이야기다. 한기연 정관상 대표회장은 현직 총회장 혹은 총회장을 역임한지 3년 이내인 사람만 할 수 있다. 김삼환 목사는 총회장을 역임한지 3년이 넘었기에 대표회장 후보 자격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누가 그런 소문을 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8월 16일 한기연 창립총회에서 통과된 정관을 살펴본 결과 ‘3년 이내’ 조항이 삭제된 것이 드러나 김삼환 목사가 대표회장에 출마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통합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 “총회에서 통과된 것이 최종안 맞다”
변 목사, 통추위가 실무진에게 위임했다고 주장하나 통추위는 부인
통합추진위원회가 결의하지 않은 정관이 어떻게 창립총회에 상정되고 통과된 것일까? 이는 창립총회 당일 변조된 정관을 배포한 인사를 찾으면 자초지종을 알 수 있을 것이기에 한교연 사무총장 최귀수 목사에게 8월 16일 창립총회 때 누가 정관이 인쇄된 유인물을 배포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최 목사는 “당시 한교연에서 정관을 배포하지 않았다. 창립총회 날 예장통합 교단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가 배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변창배 목사는 “창립총회 당일 나는 직접 실무를 보지 않았다. 내가 정관을 배포하지 않았다”고 말해 예장통합 총회에서 정관을 복사해 온 것이 맞는지 묻자 그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변창배 목사는 8월 12일 창립총회에서 통과된 정관이 최종안이 맞다고 했다. ‘3년 이내’ 조항을 삭제한 것이 맞다는 것이다.
변 목사는 “통합추진위원 여섯 분이 최종적으로 실무팀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실무팀에서 위임받은 분들이 (수정)하셨을 것”이라며 “총회에서 통과된 것이 최종안이고 모든 총대들이 받은 것이다. 변조한 사람도 없고, 일부러 고친 사람도 없고 절차를 밟아서 다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 통합추진위원들에게 정관 수정을 실무진에게 위임한 것이 맞는지 묻자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문구를 법적 용어에 맞게 다듬어 정리하라고 한 것이지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 목사는 “마지막 정리를 위임했고 총회에 나온 것이 최종안”이라며 “개인의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총회에 나와 결정된 것이 최종안이니까 그걸 다르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예장합동 임원회, 정관 변조 문제 불구 한기연 참여 결의할까?
대표회장 후보 자격에 대한 정관 변조는 연합단체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에 대해 영향을 미친 심각한 문제이기에 쉽게 넘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교연 측 통합추진위원들은 실무진에 의해 임의로 정관이 변조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교연 통합추진위원 중 한 사람은 “이는 문서위조로 심각한 사안이다. 연합운동에 있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이진 것”이라며 “조사해서 명확히 책임을 묻지 않으면 이후에도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관 제정 작업을 한 것이 양측 통합추진위원들이기에 이들이 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해 문제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한교총 측 통합추진위원도 이번 사태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기연 공동대표회장이자 통합추진위원으로 활동한 김선규 목사는 정관 변조 문제는 상당히 잘못된 것이라고 규탄했다.
예장합동 교단의 경우 한기연 참여 결정을 임원회에 위임한 상태다. 정관 변조 문제가 터진 이상 이에 대한 명백한 조치가 있기 전에는 예장합동 임원회가 한기연 참여 결정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관 변조 문제의 핵심은 교단 실세 총무들
영향력 기반으로 연합단체 운영방향에 개입하는 모습 보여 문제
이번 사태는 한기연이 출범 전부터 가지고 있던 병폐가 수면위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한기연은 출범 전부터 소위 교단의 실세로 불리는 총무들이 단체의 운영방향을 좌지우지하려는 모습이 있었다.
교단의 총회장은 대부분 1년 임기 인사여서 연합사업에 연속성을 갖고 참여하지 못하지만 총무들은 수년 동안 활동하며 연합사업에 참여하기에 이들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들 총무들이 실무를 맡아 연합단체에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총회장의 지시를 ‘이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주도’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7개 교단 총무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은 단체의 운영방향에 개입하려는 모습을 종종 보여 왔다.
이번 정관 변조 사태는 실무진이 월권하며 임의로 정관을 수정해 벌어진 일이다. 다시 말하면 총무들이 벌인 사건이다.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삼환 목사 초대 대표회장 추대설’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
한편 정관 변조 문제가 ‘김삼환 목사 초대 대표회장 추대설’과 연관되며 논란이 되고 있어 ‘김삼환 목사 초대 대표회장 추대설’에 대해 김목사 측에게 입장을 물으니 비서실에서는 “처음 듣는 소리”라고 반응하며 질문 내용을 공문으로 접수해달라고 했다.
공문을 통해 특정 인사들이 중심이 돼 김삼환 목사를 한기연 대표회장으로 세우기로 했다는 소문에 대한 입장과 김 목사가 한기연 대표회장을 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김 목사 측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
‘김삼환 목사 초대 대표회장 추대설’이 돌자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중이다.
김삼환 목사는 세월호 관련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바 있고 지금 한창 세습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사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한기연 대표회장과 관련된 소문에 거론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인물이 없는 한국기독교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한기연은 한국교회의 개혁과 연합을 위해 탄생하는 단체이니만큼 참신한 인물이 대표회장이 돼야 한다. 논란이 없는 사람이 대표회장을 맡아야 대사회적으로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실무자들 사이에서 도는 말을 들어보면 기독교계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김삼환 목사의 측근인 모 목사는 전에 교계 양대 연합기관 중 한 곳에 대해 한 줌 밖에 안 되는 단체가 어떻게 대형행사를 준비할 수 있겠냐는 오만한 발언을 하며 통합 교단이 대형 연합 행사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해 지탄받은 바 있다”며 “만약 김삼환 목사가 대표회장이 되면 그런 사람이 또다시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면 각 교단을 연합하며 일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기관을 이끌 대표회장은 대형교단에 속한, 재정 능력이 뒷받침되는 대형교회 목회자가 해야 한다면서 김삼환 목사 같은 사람이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의견에 동의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분위기다.
한교연, 한기연과 하나 될까? 한기총과 하나 될까?
수긍할만한 조치 없으면 한기연 이탈세력 나올 수도
한기연이 정식 출범 전부터 구설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29일 ‘한국교회 교단장 초청 종교인 과세 대책 특별조찬모임’에서 엄기호 목사(한기총 대표회장)는 정서영 목사(한교연 대표회장)에게 10월 안에 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하자고 제안하며 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10월 안에 통합할 경우 한기연은 태동 자체가 무의미해지게 된다. 양 단체가 한 달 안에 통합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런 새로운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한기연이 정관 변조 사태에 대해 모두가 수긍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탈세력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송상원 기자>